전체상품목록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Nueahmik

검색
Press Enter to Search

Designer's Essay

nueahmik이 만들어지는 이야기들



 

09. 소설

온 가족이 집에 있어도 조용했다.
각자의 방에서 필요한 책을 읽는 게 당연한 일과였다.
타고난 기질이 가만히 있지 못했던 나는 견딜 수 없이 답답했다.

교과서가 아닌 소설책을 선택한 건 나의 작은 반항이었다.
못견디게 고요한 집에서 나만의 세상을 뛰노는 방법이기도 했다.
어쨌든 산만한 나를 가족의 일원으로 만든 책은 소설이었다.

소설 속 이야기는 책장을 넘길 때마다 방방 뛰던 나를 끌어당겨 자리에 앉혔다.
책 속엔 상상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등장 인물의 생김새 그 시대의 주변환경, 사건 사고 속 감정들까지….
궁금하고 흥미로운 것 투성이였다.
책을 펼쳐 고요한 집에서도 멕시코 연안 외롭게 떠있는 노인의 조각배에 올랐고,
한밤에도 빛의 도시 알제리에서 뫼르소와 함께 불타는 태양을 맞이했다.

다른이의 삶을 염탐하고 고민을 엿들으며 현실과는 다른 새로운 경험을 쌓았다.
책의 마지막 장을 닫을 때면 인생을 여러번 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가만있지 못하는 나는 소설 속 이곳 저곳을 뛰어다니며 더욱 깊이 빠져들었다.
덕분에 지금도 소설만 편독하는 어른이 되었지만 내 세상은 더욱 풍성해졌다.